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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슬림한 모바일 라이프-나의 디지털 다이어트 체험기

작성자 : 작성자관리자    작성일 :2021-03-30 13:15:31   작성 IP : 121.184.3X.XX    조회수 : 33

현대사회에서 ‘디지털’이라는 단어는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젠 그것 없이 살아가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일정 부분엔 슬림한 디지털 라이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면 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 생긴다. 즐거운 변화다. 

 

▶하루의 3분의 1을 머무는 모바일 월드

 

스마트폰이 처음 내 손에 쥐어진 순간. 직감은 했다. 이 작은 신문물 하나가 ‘나를 포함한 세상을 송두리째 바꾸겠구나’라고. 더욱이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 회를 거듭할수록 디지털로의 변화는 가속화되는 것 같았다. 그로부터 시간이 오래 흐르지도 않았다. 30대의 내가 40대가 되어 있으니 불과 10여 년 사이의 일이다. 단지 그때는 스마트폰이라 불리던 모바일이 마냥 신기한 어떤 것이었다면, 지금은 그것 없이는 살아가지 못할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는 것.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바일 기기에서는 매주, 매일 사용한 기록을 ‘스크린 타임’이라는 항목으로 알려준다. 어떤 때는 깜짝 놀랄 경우도 발생한다. 내가 이렇게 모바일을 오래도록 손에 쥐고 있었다고? 어느 월요일 오전. 전날인 일요일을 포함해 나는 벌써 7시간 45분의 사용 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보통 주말이면 아기를 보느라 정신 없고, 아내와 함께 집안일을 하느라 짬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하루의 3분의 1에 달하는 시간 동안 모바일을 곁에 두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 업무에 종사하는 주중이면 극에 달한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대는 메신저, 정보를 얻기 위해 여는 검색 창, 쇼핑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내에서의 잔류, 시리즈를 보느라 재생 중인 OTT, 운전하는 동안 재생되는 뮤직 앱, 습관적으로 스크롤하는 SNS 애플리케이션 등등.

 

모바일이 내 삶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오기 전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땠는지 돌이켜본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수면용)책을 꺼내 들었고, 적어도 일주일에 책 한 권은 읽자는 다짐도 하곤 했었다. 주말이면 평화로이 턴테이블 위에 바이닐 레코드를 걸고, 갓 내린 커피 한 잔을 음미하는 여유도 있었다. 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옛이야기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은 많은 영화, 드라마에서도 예시로 보여 주듯, 출근을 위한 기상 시간부터 모바일과 함께한다. 맞춰 둔 기상 알람부터가 그 시작이다. 그 소리에 깨어 곧장 샤워를 하러 가면 다행인데, 대부분 모바일로 뭔가를 만지작거리거나, 그것을 사용해 음악을 틀기도 한다. 출근하는 동안 대중교통 내부에서는 세상 모두가 모바일로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뉴스를 검색하고, 음악을 듣고, SNS 피드를 바라본다. 열이면 열, 모두가 손바닥만 한 모바일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또 백이면 백 귀에는 모바일과 연결된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모바일과 함께 시작되어 그와 같이 하루를 마무리한다. 최근에는 클럽하우스라는 또 다른 SNS 플랫폼이 유행하면서 이에 대한 의존도는 더 심해졌다. 심지어 집에서도 길에서도 홀로 중얼거리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지나치는 누군가가 바라봤을 때는 이상 증세를 가진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는 심각한 단계까지 이르렀다.

 

 

스마트폰 과의존 진단(스마트쉼센터 캡쳐)

 

▶디지털 다이어트와 금단 현상

 

‘스마트쉼센터’라는 사이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거기에 들어가면 아주 간단하게 ‘과의존 진단’이라는 걸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성별, 나이, 거주 지역만 선택하고 10개 문항에 답변을 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의존도가 심각하다고 느낀 필자도 한번 해 보았다. 과의존의 단계는 고위험, 잠재적 위험, 일반 사용자군의 세 개로 분류되는데, 다행스럽게도 필자는 일반 사용자군으로 범주화되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모바일과 함께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용자로 판정받았다는 건, 엄청나고 심각하게 의존도가 높은 이들도 분명 존재함을 시사하는 것일 테다. 

 

이참에 내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를 약간이나마 주고 싶어 ‘디지털 다이어트’를 실행해 보기로 했다. 사실 이 다이어트는 흔히들 몸무게를 줄이려는 육체적 다이어트보다 훨씬 용이한 감량이다. 말 그대로 디지털 기기의 사용 시간을 줄이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게 좀처럼 쉽지 않다. 더욱이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현대에서 마치 섬처럼 자신을 고립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다이어트는 물리적 사용량 감소와 경제적 비용 절감의 두 가지로 진행될 수 있다. 물리적 사용량은 어떻게든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여 보겠다는 정서적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 

 

필자도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알람 시계를 모바일이 아닌 조그마한 탁상 시계로 바꾸었다. 어딘가 처박아 두었던 시계를 꺼내 건전지를 교체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듣던 늘상 똑같은 멜로디의 사운드가 조금 색다르게 변경되자 기분도 달라졌다. 메신저에도 표기를 해 두었다. 업무 시간 이외에는 답변이 없을 수도 있다는 문구를 적었다. 그리고 내 모바일 속에서 지워 버렸다. 마치 디지털 중독자인 양 시도 때도 없이 스크롤하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클럽하우스, 링크드인, 트위터 등의 SNS 애플리케이션을 일단 삭제했다. 단 일주일간이라도 거길 기웃거리지 말자라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식사 시간, 잠자리에 들기 전, 이동 시간 등에서 짬만 나면 창을 열었던 넷플릭스, 왓챠 등의 OTT 앱도 삭제했다. 참, 나의 소비와 지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견물생심이라고 자꾸 보니 사게 될 수밖에 없는 쇼핑 앱들도 지웠다. 이렇게 내가 가장 많이 접속하던 애플리케이션들을 삭제하고 나니 내 모바일의 창이 꽤나 단순해졌다. 그리고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서점에 들러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일인칭 단수』를 구입했다. 일주일의 디지털 다이어트 기간 동안 짬짬이 읽을 요량으로 말이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단 이틀이 지났을 뿐이다. 이런 걸 금단 현상이라고 해야 하나? 인스타그램 내 피드에 어떤 이들이 ‘좋아요’를 눌렀는지, 다이렉트 메시지가 온 건 없는지, 넷플릭스에서 보던 미드 ‘뉴 암스테르담’이나 ‘블랙리스트’의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즐겨 사용하는 해외 쇼핑 앱 ‘미스터 포터’에 신제품이 올라온 건 없는지 등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 보기로 했다. 대신 휴식 시간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책장을 넘기고, 갤러리가 문을 닫기 전에 전시회를 들른다던가, 사무실 책상 옆에 놓아 둔 턴테이블에 근래 구입한 바이닐 레코드를 걸어 본다. 그러면서 디지털이 내 삶 속에 얼마나 깊숙하게 침투해 있었는지를 역으로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굳이 이걸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가 하는 업무에 큰 차질이 없다는 거다. 업무 시간 중에는 어쩔 수 없이 PC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 시간 동안은 디지털 라이프를 완전히 단절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모바일의 대부분 기능들을 잠갔지만 일은 문제 없이 진행되더라는 이야기다. 외근 중에도 과거처럼 아날로그 식으로 하기로 했다. 정류장에 가서 버스 경유지를 살피고, 지하철 매표소 앞에서 몇 호선을 갈아타면 되는지 알아보고, 거리에 서서 지나가는 택시에 손을 든다. 과거에는 그렇게 해 왔기에 큰 불편은 느끼지 못했다. 금단 현상이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생기면 생길수록 생각을 하고 사유를 할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과의존 진단에서 일반 사용자군 정도로 분류되는 필자기에 심각성은 좀 덜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만일 당신이 고위험군에 해당되면 상담도 받을 수 있으니 한번 의뢰해 보기를 바란다. 일단 디지털 다이어트의 물리적 사용량 줄이기는 체중 감량을 위한 다이어트처럼 자신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미리 언급해 둘 필요가 있다. 필자 역시 휴가 시기에 떠난 해외 여행지에서 간간이 이런 다이어트를 해 보며 숨기지 못할 가뿐함을 느끼기는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것을 시행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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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다 슬림한 모바일 라이프-나의 디지털 다이어트 체험기
     
     
    기사입력 2021.03.19 09:43:39 | 최종수정 2021.03.19 10:38:32
    현대사회에서 ‘디지털’이라는 단어는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젠 그것 없이 살아가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일정 부분엔 슬림한 디지털 라이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면 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 생긴다. 즐거운 변화다.



    ▶하루의 3분의 1을 머무는 모바일 월드

    스마트폰이 처음 내 손에 쥐어진 순간. 직감은 했다. 이 작은 신문물 하나가 ‘나를 포함한 세상을 송두리째 바꾸겠구나’라고. 더욱이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 회를 거듭할수록 디지털로의 변화는 가속화되는 것 같았다. 그로부터 시간이 오래 흐르지도 않았다. 30대의 내가 40대가 되어 있으니 불과 10여 년 사이의 일이다. 단지 그때는 스마트폰이라 불리던 모바일이 마냥 신기한 어떤 것이었다면, 지금은 그것 없이는 살아가지 못할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는 것.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바일 기기에서는 매주, 매일 사용한 기록을 ‘스크린 타임’이라는 항목으로 알려준다. 어떤 때는 깜짝 놀랄 경우도 발생한다. 내가 이렇게 모바일을 오래도록 손에 쥐고 있었다고? 어느 월요일 오전. 전날인 일요일을 포함해 나는 벌써 7시간 45분의 사용 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보통 주말이면 아기를 보느라 정신 없고, 아내와 함께 집안일을 하느라 짬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하루의 3분의 1에 달하는 시간 동안 모바일을 곁에 두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 업무에 종사하는 주중이면 극에 달한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대는 메신저, 정보를 얻기 위해 여는 검색 창, 쇼핑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내에서의 잔류, 시리즈를 보느라 재생 중인 OTT, 운전하는 동안 재생되는 뮤직 앱, 습관적으로 스크롤하는 SNS 애플리케이션 등등.

    모바일이 내 삶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오기 전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땠는지 돌이켜본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수면용)책을 꺼내 들었고, 적어도 일주일에 책 한 권은 읽자는 다짐도 하곤 했었다. 주말이면 평화로이 턴테이블 위에 바이닐 레코드를 걸고, 갓 내린 커피 한 잔을 음미하는 여유도 있었다. 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옛이야기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은 많은 영화, 드라마에서도 예시로 보여 주듯, 출근을 위한 기상 시간부터 모바일과 함께한다. 맞춰 둔 기상 알람부터가 그 시작이다. 그 소리에 깨어 곧장 샤워를 하러 가면 다행인데, 대부분 모바일로 뭔가를 만지작거리거나, 그것을 사용해 음악을 틀기도 한다. 출근하는 동안 대중교통 내부에서는 세상 모두가 모바일로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뉴스를 검색하고, 음악을 듣고, SNS 피드를 바라본다. 열이면 열, 모두가 손바닥만 한 모바일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또 백이면 백 귀에는 모바일과 연결된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모바일과 함께 시작되어 그와 같이 하루를 마무리한다. 최근에는 클럽하우스라는 또 다른 SNS 플랫폼이 유행하면서 이에 대한 의존도는 더 심해졌다. 심지어 집에서도 길에서도 홀로 중얼거리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지나치는 누군가가 바라봤을 때는 이상 증세를 가진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는 심각한 단계까지 이르렀다.

    스마트폰 과의존 진단(스마트쉼센터 캡쳐)


    ▶디지털 다이어트와 금단 현상

    ‘스마트쉼센터’라는 사이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거기에 들어가면 아주 간단하게 ‘과의존 진단’이라는 걸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성별, 나이, 거주 지역만 선택하고 10개 문항에 답변을 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의존도가 심각하다고 느낀 필자도 한번 해 보았다. 과의존의 단계는 고위험, 잠재적 위험, 일반 사용자군의 세 개로 분류되는데, 다행스럽게도 필자는 일반 사용자군으로 범주화되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모바일과 함께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용자로 판정받았다는 건, 엄청나고 심각하게 의존도가 높은 이들도 분명 존재함을 시사하는 것일 테다.

    이참에 내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를 약간이나마 주고 싶어 ‘디지털 다이어트’를 실행해 보기로 했다. 사실 이 다이어트는 흔히들 몸무게를 줄이려는 육체적 다이어트보다 훨씬 용이한 감량이다. 말 그대로 디지털 기기의 사용 시간을 줄이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게 좀처럼 쉽지 않다. 더욱이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현대에서 마치 섬처럼 자신을 고립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다이어트는 물리적 사용량 감소와 경제적 비용 절감의 두 가지로 진행될 수 있다. 물리적 사용량은 어떻게든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여 보겠다는 정서적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

    필자도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알람 시계를 모바일이 아닌 조그마한 탁상 시계로 바꾸었다. 어딘가 처박아 두었던 시계를 꺼내 건전지를 교체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듣던 늘상 똑같은 멜로디의 사운드가 조금 색다르게 변경되자 기분도 달라졌다. 메신저에도 표기를 해 두었다. 업무 시간 이외에는 답변이 없을 수도 있다는 문구를 적었다. 그리고 내 모바일 속에서 지워 버렸다. 마치 디지털 중독자인 양 시도 때도 없이 스크롤하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클럽하우스, 링크드인, 트위터 등의 SNS 애플리케이션을 일단 삭제했다. 단 일주일간이라도 거길 기웃거리지 말자라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식사 시간, 잠자리에 들기 전, 이동 시간 등에서 짬만 나면 창을 열었던 넷플릭스, 왓챠 등의 OTT 앱도 삭제했다. 참, 나의 소비와 지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견물생심이라고 자꾸 보니 사게 될 수밖에 없는 쇼핑 앱들도 지웠다. 이렇게 내가 가장 많이 접속하던 애플리케이션들을 삭제하고 나니 내 모바일의 창이 꽤나 단순해졌다. 그리고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서점에 들러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일인칭 단수』를 구입했다. 일주일의 디지털 다이어트 기간 동안 짬짬이 읽을 요량으로 말이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단 이틀이 지났을 뿐이다. 이런 걸 금단 현상이라고 해야 하나? 인스타그램 내 피드에 어떤 이들이 ‘좋아요’를 눌렀는지, 다이렉트 메시지가 온 건 없는지, 넷플릭스에서 보던 미드 ‘뉴 암스테르담’이나 ‘블랙리스트’의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즐겨 사용하는 해외 쇼핑 앱 ‘미스터 포터’에 신제품이 올라온 건 없는지 등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 보기로 했다. 대신 휴식 시간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책장을 넘기고, 갤러리가 문을 닫기 전에 전시회를 들른다던가, 사무실 책상 옆에 놓아 둔 턴테이블에 근래 구입한 바이닐 레코드를 걸어 본다. 그러면서 디지털이 내 삶 속에 얼마나 깊숙하게 침투해 있었는지를 역으로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굳이 이걸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가 하는 업무에 큰 차질이 없다는 거다. 업무 시간 중에는 어쩔 수 없이 PC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 시간 동안은 디지털 라이프를 완전히 단절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모바일의 대부분 기능들을 잠갔지만 일은 문제 없이 진행되더라는 이야기다. 외근 중에도 과거처럼 아날로그 식으로 하기로 했다. 정류장에 가서 버스 경유지를 살피고, 지하철 매표소 앞에서 몇 호선을 갈아타면 되는지 알아보고, 거리에 서서 지나가는 택시에 손을 든다. 과거에는 그렇게 해 왔기에 큰 불편은 느끼지 못했다. 금단 현상이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생기면 생길수록 생각을 하고 사유를 할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과의존 진단에서 일반 사용자군 정도로 분류되는 필자기에 심각성은 좀 덜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만일 당신이 고위험군에 해당되면 상담도 받을 수 있으니 한번 의뢰해 보기를 바란다. 일단 디지털 다이어트의 물리적 사용량 줄이기는 체중 감량을 위한 다이어트처럼 자신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미리 언급해 둘 필요가 있다. 필자 역시 휴가 시기에 떠난 해외 여행지에서 간간이 이런 다이어트를 해 보며 숨기지 못할 가뿐함을 느끼기는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것을 시행한 것은 처음이다.

     

    ▶슬림한 디지털 라이프가 필요하다  

     

    물리적 줄이기를 실행하니 경제적 비용 절감이라는 또 다른 다이어트 기능이 수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대인은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고 향유하는 데에 꽤 많은 비용을 사용한다. 나뿐만 아니라 독자들 대부분도 그럴 것이라 짐작된다. 소액처럼 느껴져 체감하지 못하지만 그것의 월 총합은 상당하며, 연간으로 보자면 굉장할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대부분 자동 이체 혹은 카드 결제로 처리되는 이 비용들을 한번 따져 보기로 했다. 모바일을 구입하며 통신사에서 기기 값을 할부 개념으로 묶어 통신비 명목으로 10여 만 원 가까이 빼 간다. 최근 가정에서는 TV 시청을 위해 통신사의 기기 또는 지역 케이블 채널을 이용해야만 한다. 대부분 가전 기기들이 IoT 시스템으로 구동되다 보니 가정 인터넷과 와이파이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 고정비도 만만치 않다. 장기 이용 고객이라는 명목으로 할인이 되긴 하지만 이도 대략 5~6만 원 가깝게 빠져나가고 있다. 뭐 이건 기본적인 생활 유지비 정도로 치부할 수 있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나는 음악 스트리밍을 위해 애플 뮤직과 네이버 뮤직을 사용한다. 음악을 좋아하는데 각 플랫폼의 특징이 조금씩 다르다는 핑계로 두 개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각각 월 1만 원 정도다. OTT 플랫폼은 두 개를 이용하는데, 넷플릭스와 왓챠를 합치면 약 2만5000원에 달하는 비용이 지출된다. IPTV의 각 채널 다시 보기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공중파 다시 보기, 각종 종합 편성 채널 다시 보기, CJ ENM 다시 보기 등으로 대략 3만 원에 가까운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와, 이렇게 펼쳐 놓고 보니 상당하다. 대략 20만 원 이상이 디지털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연간으로 보면 240만 원이다. 디지털 다이어트를 하기로 작정한 김에 일단 IPTV 다시 보기 프로그램을 전부 해지했다. 1년 36만 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뮤직 스트리밍 앱도 하나만 사용하기로 했다. 연간 12만 원이 줄었다. OTT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나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이도 연간 12만 원가량 줄어든다. 조금 덜 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줄였더니 약 6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이 절감된다. 아무 의미 없이 신청해 둔 디지털 기기 및 정보 이용료가 터무니없이 새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 다이어트라는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생각보다 실천하기 어려운 행위를 결심하는 순간 여러 방면에서의 혜택들이 생겨남을 실감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연간 60만 원이라는 비용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과연 지금까지 이것들이 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했냐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 비용이면 우리의 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성이 생기기에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한다든가, 책을 산다든가, 혹은 맛있는 음식으로 미각의 행복을 느낀다든가 하는 등의 작지만 큰 행복을 찾을 기회비용이 될 테니 말이다.

     

    고작 이틀만 시행했을 뿐인데, 필자의 경우는 디지털 라이프를 바라보는 또 다른 사유의 기회를 얻었다고 확신한다. 사실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있어 모바일을 포함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삶의 방식이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것임은 명확하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그것들과 의심의 여지없이 함께 자라 온 MZ세대에게 이 방식은 명약관화한 현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걸 잠시 내려 두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가족, 친구, 동료와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는 판타지 같은 현실이 생성되며, 탈디지털화된 아날로그적 라이프 스타일의 신선함이 생경한 경험을 전해 주며, AI가 내 경험을 토대로 제시하는 걸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놀라운 정서적 사유 체계의 확장이 제공된다. 그러니까 현대인에게 필요한 건 완전히 디지털을 끊고 단절하는 방식이 아닌, 능동적이며 점진적인 디지털 슬림 라이프 스타일이다. 하나에 완전히 푹 빠져 있는 대신 그것을 살짝 제쳐 두고 생겨나는 짬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한다. 그 기회야말로 어쩌면 코드화되고 매트릭스화된 현대의 디지털 시대를 좀 더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탈출구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디지털 다이어트라는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를 받아들여, 잠시라도 체제를 정비해 볼 필요가 있다.  

     

    [글 이주영(라이프 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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